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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5 국민학교 4학년 일상의 대변혁기 2

국민학교 4학년 일상의 대변혁기





























퇴근 후 면목동에 갔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데 길이 헷갈려서 골목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녔다.
그러다 동네 구경도 하고 그러는데 갑자기 코렉스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코렉스라.. 코렉스.. 코렉스..

내가 처음 내 몸을 이용해서 스스로 자전거를 운전한 것은 국민학교 2학년때.
3살 많고 키도 큰 동네형이 자기 아버지 자전거를 동네어귀 큰길에서 타는 거였다. 타보라고 하면서 가르쳐 주는데 몇번 자빠지고 나서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동생하고 나는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았다. 근데도 탈 수 있는 방법은 안장에 앉지 않고 서서 페달질을 하는 거였는데 생각해보면 탑튜브위에 가랑이가 조금 떠 있는 정도였다. 잔차에서 내릴 때에는 브레이크로 일단 속도를 줄인다음 오른다리를 왼쪽 앞방향으로 넘기고 핸들바를 잡고 자전거에서 뛰어내리는 거였다.
그렇게 익혔다.

이후 본격 잔차운전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스티커가 아이들의 온 필통을 뒤덮고 있던 1992년 4학년때. 그때 어떤 이유에선지 당시 또래들에서는 자전거 광풍이 불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친구의 자전거 오분타보기, 십분타보기를 통해 그 갈증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더이상은 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엄마엄마엄마 자정거자정거자정거자정거- 하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기어이 엄마는 사러 가자고 했고 동생과 나는 세상을 진짜 다 가진듯 가슴이 뛰고 설레였었다.
원래 갖고 싶어 했던 자전거 메이커는 삼천리의 뒤를 잇는 레스포였으나 집에서 가까운 매장은 코렉스 매장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곳에 갔다. 드디어 우리도 다단기어가 달린 자전거를 타는구나 하면서 노란색과 핑크색이 믹스된 프레임의 자전거를 샀다.(동네에서 다단기어의 자전거는 우리집이 최초였다.) 그때 자전거 살 때 가격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16만원.
지금 생각해보면 어지간히 비쌌구나 싶다. 그때 우리집 못살았는데.
이후로 동생과 나는 앞자리 뒷자리 바꿔가며 타기도 했고 돌핀초시계로 누가 어디까지 빨리 갔다오나 시간을 재기도 했다. 세상만사 다 뒤로 제껴두고 하루종일 자전거만 탔다. 자전거 덕분에 행동반경도 몇배로 늘어나고, 바다도 더 자주가고.. 국민학교 4학년 일상의 대변혁기였다. 그렇게 계속 타고 타고 또 탔다. 동네 다른집 친구들도 자전거를 사기 위해 자기네 아버지 몰래 신문을 돌리다 들키는 등 이러저러 해서 동네에 몇대가 더 생겼다. 그래도 모두가 타고 다니기에는 부족해서 자전거 한대에 4명이 올라타고 같이 여기저기를 쏘다니곤 했다. 한동안 그렇게 타다가 점점 흥미가 떨여져 타는 횟수가 떨어졌다.
당시에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아서 자전거를 마당에 그냥 세워뒀는데 오는 비, 가는 비 다 맞게 냅뒀더니 어느새 자전거는 시벌겋게 썩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 한번씩 타고, 기름도 구해서 발라주고 했지만 한번 녹슬기 시작한 자전거는 빛의 속도로 늙어갔다. 시간은 지나 6학년이 되었고, 학교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마당에 자전거가 없었다. 엄마한테 자전거 어디 갔냐고 물으니까 고물장수한테서 빨래비누 몇개하고 자전거 바꿨다고 했다. 마당에 녹물 흐르고, 고물 저거 타지도 않고 해서 치워버렸다고 했다.
그래도 그때 참 기분이 매우 서글프고 허무했다.

옛날 그림들이, 기억들이 아까 저녁때 코렉스 간판보고 많이 떠올랐다.
잔차 닦은지 오래됐는데 이쁘게 닦고, 정비도 자주해주고 이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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